흡연 이야기로 시작했는데....



   2012년이 시작된지 이제 겨우 36분째다. 좀전에 올해의 첫 담배 한 개피를 피웠다. 올해는 드디어 담배를 완전히 끊을 계획이므로, 하루 최대 5개피라는 제한을 두기로 했다. 자정 기준으로 하루를 정하기로 했으니, 이제 1월 1일에 피울 수 있는 담배는 최대 4개피뿐이다.

   99년도 여름부터 담배를 피우기 시작했으니, 벌써 13년째다. 그럼에도 난 아직도 서른 살이 되지 못했다. 그러고보니 20세기에 시작해서, 21세기까지 끌고온 흡연이기도 하다.

   어쨌든, 흡연에 관한 글을 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변기 위에서 생리혈과 똥이 뒤범벅된 엉덩이를 닦아내면서 문득. 써야겠다고 생각했다. 컴퓨터 앞으로 돌아와서 강허달림의 새 앨범을 틀었다. 흥겹구나ㅡ 그런데 손을 씻지 않고 방으로 들어왔구나. 그 손으로 머리칼도 긁고, 음악도 틀었구나.

   담배를 끊어야겠다는 생각은, 살면서 종종 한 것 같다. 그리고 실천도 몇번 했었다. 열 여덟 살에도 한번 중단했고, 스물 여섯 살에도 한번 중단했다. 두 번 모두 그때 만났던 남자친구 때문이었는데, 이별과 동시에 보란듯이 다시 흡연을 했던 것 같다. 그러니 정말 자기 자신을 위해서 시작해야 성공할 수 있다는 생각도 든다. 스물 일곱 살 여름, 두 번째로 간 빠리여행에서 돌아온 다음부터는 담배 종류를 바꾸었다. 10년 넘게 피워온 말보로 레드에서 새로 출시된 켄트 클릭으로. 그리고 현재는 모히토를 주로 피우고 있다. 이제는 멘솔 계열이 아닌 담배는 맛이 없고 속이 답답해 피우지 못한다.

   재작년 구 월 말에 서울로 이사를 와서, 새 집에서는 화장실에서만 담배를 피웠다. 물론 가끔 너무 삶이란 게 화가 날 때는 그 규칙을 깨고 거실이나 침실에서 피우기도 했다. 이처럼 규칙을 버린 적도 있으나 지킨 날들이 더 많았다는 사실에 나 자신을 위안(합리화)하기도 하면서, 별다른 준비 없이 새해를 맞아버렸다. 준비랄 게 뭐 있겠냐만은, 새해를 '맞이'한 기분이 들지 않는다는 것이 사실이다. 나이를 먹은 것 같지도 않고. 아직까지는 어제의 내일 같고, 오늘의 오늘 같다.

   2012년 0시 0분이 되었을 때, 0시 예배를 드리러 간 연인한테 전화가 왔다. 올해도 서로 위해주고 잘해주고 행복하게 사랑하자고, 휴대전화 통화긴 했지만 서로 따뜻하게 어루만진 기분이었다. 잘해야지, 라고 생각했다. 더 잘하고 더 사랑해줘야지. 난 종교가 없지만, 간절하게 정말 간절하게 생각했다.

   만난지 1년이 조금 넘은 연인도 이번 금연에 함께 하기로 했다. 이 친구 역시 흡연 기간이 10년이 넘은 자로, 하루에 한 갑 정도는 피운다. 나는 한 갑이면 이틀 정도는 간다. 그리하여 연인은 하루 최대 10개피, 나는 하루 최대 5개피로 흡연량을 제한하기로 했다. 둘이 함께 있을 때 서로 앞에서 맞담배를 피우지 않기로 했으며, 담배를 피우고 싶을 때에는 양해를 구하고(양해를 구하지 못할 경우 그저 인내하기로...) 밖에서 피우고 돌아오는 걸로 했다. 그리고 반드시 손을 씻고 오기. 오늘 저녁쯤 동네에 있는 좋아하는 까페에서 함께 커피를 마시는데 이곳은 금연이다. 연인이 잠시 나가서 담배를 피우고 싶다고 했는데 시험 삼아 거절을 해보았다. 그랬더니 얼굴에 힘든 기색이 보였다. 힘들지....라고 했더니 고개를 끄덕이며 자기는 담배를 워낙 많이 피워서 더 그런 것 같다 했다. 그래도 용케 꾹 참았으니 든든한 금연 동반자가 되기 위해 노력중인 것 같아 참 예쁘다.

   흡연을 줄이려면 우선은 잠들기 전 한 개피를 포기해야 하는데, 건조한 방 안에서 입술이 말라가니 자꾸 담배 생각이 난다. 마음을 가다듬으며 생수로 목을 축이며 생각을 멀리하려고 노력중이다. 그러고보면 막 일어났을 때의 한 개피도 포기해야 한다. 그리고 식후땡이란 개념이 정말 무서우므로, 과식도 절대 하지 말아야 한다. 담배 냄새가 배이지 않은 공간의 냄새가 더 익숙해지게끔 금연인 까페나 음식점 위주로 데이트를 해야지. 일단은 들어가보고 싶은 가게도 금연이기 때문에 포기한 곳이 많았으니 그곳들을 하나하나 가보는 것도 좋을듯 하다. 금연을 했을 때 좋은 점도 체감할 수 있도록 금연일지를 쓰는 것도 좋겠다.

   강허달림 이번 앨범은 뭔가 부드럽네ㅡ 새해 자정이 깊어가는데 연말 분위기가 막 난달까.

   갑자기 다른 이야기를 좀 해보자면, 2011년에 들었던 앨범 중에는 코린 베일리 래와 제임스 모리슨과 지아비가 좋았다. 코린 베일리 래는 샤워할 때와 출퇴근할 때 날마다 들었다. 내한 공연 때도 갔는데 정말 엄청났다. 섬세하지만 강인하고, 가녀리지만 파워풀한, 영혼으로 노래를 하는 여자였다. 서글서글한 멘트도 좋았고. 제임스 모리슨은 전의 앨범들은 전혀 들어보지 않았는데 우연히 새 앨범을 접하고 완전히 팬이 되었다. 회사에서 일하면서 특히 많이 들었다. 지아비는 새 앨범이 느낌이 많이 바뀌었는데도 너무 좋았다. 지아비도 내한할 때 공연을 보러갔는데 작년에 본 공연들 중 특히나 기억에 남는다. 그러고보니 작년에 코린 베일리 래, 이 적, 월드 디제이 페스티발, 그랜드 민트 페스티발, 지아비 등 큼직한 공연들을 많이 갔구나. 이 적도 너무 좋았고, 그랜드 민트에서 본 언니네 이발관, 뜨거운 감자, 국가스텐, 타히티 80, 데파페페도 너무 좋았다. 사실 가장 기다린 앨범은 아마도이자람밴드의 새 앨범이었는데, 지인을 통해 들은 바로는 원래는 팔 월에 나오기로 했었는데, 그때 했던 녹음을 죄다 엎고 다시 한다고...아쉽다. 2012년에는 꼭 그들의 새 앨범이 나왔으면 좋겠다.

   지금은 강허달림이 끝나고 푸딩의 앨범이 흘러나온다. 이 글을 쓰기 시작한지 한 시간이 다 되어간다. 그런데 아직도 마칠 줄을 모르겠다. 흡연에 대한 글을 쓰고 싶긴 했는데, 회사 일에만 매달려 회사 위주의 작문만 주로 해서 그런지 글도 엉망인 것 같고, 정성들여서 편집하고픈 열정(?)도 없고. 흐흣. 어쨌든 나는 12월을 마지막으로 1년 조금 넘게 다니던 회사를 관두었다. 그래서 바쁘다는 핑계로 뒷전에다 던져놓았던 글쓰기를 다시 열심히 해보려고 한다. 백수니까, 뭐든 열심히 다양하고 즐겁게 신명나게 하는 게 최고겠지. 일단은 건강을 되찾아야 하니까, 부지런히 정형외과 다니기. 자주 산책하기. 조금씩 운동하기. 담배 줄이기. 건강 식단으로 먹기. 술 줄이기. 등등등등이 있겠다.

   2012년에도 재미있게 행복하게 신나게 건강하게 사세요. 삶이 아직 기니깐요. 힘내요.








by rasaka | 2012/01/01 01:35 | sentiment | 트랙백 | 덧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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